2017.12.15. 방효원 회장님께. 중앙대의 한 교수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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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수협의회 | 작성일17-12-18 13:55 | 조회2,38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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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협회장과 관련된 내용이긴 하지만, 오늘 진행된 항의 농성에 대한 소회도 있고 해서 교수님들과 공유하고자 보내드립니다 --교수협의회>
방효원 교수협의회 회장님께
오늘 11시부터 있었던 교수협의회 항의농성 과정을 조금 멀리서 구경하던 교수입니다. 방효원 회장님께 고맙다는,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이 메일을 쓰고 있습니다.
11시에 시작된 항의 농성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고 언론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30 명 정도의 교수, 150 명 정도의 학생, 40~50명은 되어 보이는 취재진을 보면서 이 추운 날씨에 그래도 교수협의회가 하는 일에 함께하는 교수와 학생이 꽤 있다는 것도 예상 밖이었지만 중앙대의 상황에 언론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저는 좀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언론이 관심을 갖고 제대로 보도한다면 중앙대의 사정이 사회에 잘 알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앙대에서 있어왔던 두산 재단의 적폐가 청산될 기회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많은 교수와 학생이 함께 한다면 언론에서도 잘못된 중앙대의 대학 운영 방식을 더 많이 알려줄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중앙대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회장님의 머리를 삭발하던 학생의 말이 중앙대의 사정을 잘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학생은 이발기를 처음 써 보는데 처음으로 써보는 대상이 따르고 싶은 선생님의 머리라는 것이 마음 아프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코가 찡해지면서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학생이 선생님을 삭발시키는 대학, 교수가 삭발이라는 방식으로 법인의 대학 운영 방식에 항의하여야 하는 대학—제가 몸담고 있는 대학이 이런 대학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너무 분하고 너무 화나고 너무 우울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교수가 대학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번도 이를 큰 소리로 말해 본적도 없고 이를 실천하려는 행동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오늘 방효원 회장님의 삭발 머리를 보면서 저는 회장님같이 앞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동참은 하여야겠다는 마음을 다져 먹게 되었습니다.
교수협의회 안내 메일을 보니 오늘에 이어 내일도 농성을 이어간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이든 오후든 시간을 내어 농성장에 가서 회장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방효원 교수협의회 회장님,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
중앙대의 한 교수가 드립니다.
2017.12.15.
교수협의회 안내: 내일도 오전10시부터 본관에서 ‘갑질재벌 폭거’를 규탄하는 항의농성을 진행하며, 오후 3시반부터는 백남기 동문 명예졸업식 행사에 참여하는 동문들을 맞이해 대학원 앞에서 농성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내일 오후 행사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 이재명 성남시장, 노웅래·김영진 의원, 참여연대, 가톨릭 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과 중앙대 동문등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박용현 이사장의 폭거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오전부터 항의농성에는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4시반 행사에 앞서 3시반부터 대학원 건물 앞에서 진행하는 교협의 농성에 많은 교수님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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